'촛불시민'으로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종종 '촛불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나오지 못한 시민들'이라고 구분해서 썼다. 마음은 같았지만, 누군가는 광장에서 해방과 시민됨을 느꼈고, 누군가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법안대로면 대학이 문을 닫아 실직하는 교직원에게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직업훈련비와 명예퇴직 수당을 던져주고, 졸지에 학교가 없어진 학생에게는 그 학기 등록금을 돌려주는 정도로 퉁치는 대신, 법인 이사나 특수관계자는 수십년간 등록금과 정부지원으로 불어난 잔여재산을 살뜰히 털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말이다. 가히 개돼지와 사람이 따로 있는 '신분제 강화' 법안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새누리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표가 되었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원조로서 '진보 운동권'과의 결별과 '보수성 강화'를 목표로 당을 재편했다. 김종인 대표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중도층' 공략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2012년 새누리당은 '중도층'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었다. 반면 현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층과 보수층을 획득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거나 지지했던 유권자 층에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믿음은 남아있을까?
미국 아이비리그나 최고공립대학들도 모두 성적장학금 폐지하고 거의 100% 저소득층 장학금이다. 덕분에 이런 곳 합격만 하면 저소득층인 사람도 등록금 생활비 걱정없이 학교를 마칠 수 있다. 나도 수혜자 중의 한 명이었다. 아니 그게 없었다면 학교를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고려대 와서도 학부 가르칠 때는 생활비/등록금 알바 때문에 수업시간에 결석하거나 자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쩔 수 없이 F를 줄 때 정말 가슴 찢어졌다.
박 대통령 자신은 약속을 못 지킨 걸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약속을 못 지킨 데 대한 미안함 내지는 말을 번복한 데 대한 수치심을 못 느끼는 건지, 혹은 정말 자신은 약속을 다 지켰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약속을 못 지킨 건 우매한 신하들과 무지몽매한 백성 탓이지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잘잘못 자체에 대한 판단력이 없는 건지.
아마도 다수의 워킹맘들은 3~5세 어린이의 무료보육 누리과정을 보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보육예산 떠넘기기 싸움이 벌어져 어린이집 예산이 바닥났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포기도 불사할 자세다. 워킹맘들의 가슴이 탄다. 2014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에 기대가 컸던 대학생들은 실망이 크다. 소득에 연계된 장학금으로 변질된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는 대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30% 정도다. 65세 이상 연령층 모두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다던 공약도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최고 20만원, 최저 7만~8만원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당신은 합리적인 구매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까. 사이비 종교, 유령 의료기기와 대체요법, 투자비법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구요. 너무 자신하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가 사이비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묻지마 콘크리트 지지가 구매하고 있는 정치 서비스를 보십시오. 약속했던 기초연금,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부담,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및 돌봄학교 등의 정책들이 모두 후퇴, 연기, 취소되었습니다.
진보는 사상운동 없이 1980년대 사상의 잔여물로 버팁니다. 사실 이 문제는 486만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정의당이든 어디든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범 진보정치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업그레이드 없이 잔존하는 1980년대의 사상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요.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사례를 들어볼까요? 진보 정치인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급속히 증가하는데 이것을 포착하고 대응하는 데 왜 그토록 느리고 지지부진했을까요? 진보 정치인들은 대형마트가 도시 한복판을 점령하고 골목상권이 속수무책 무너지는 걸 정치적 의제화하는 데 왜 그토록 오래 걸렸을까요?